단양팔경

단양팔경

[도담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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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의 맑고 푸른물이 유유히 흐르는

그 한가운데 솟은 세개의 봉우리 도담삼봉

단양팔경 중에서도 제1경으로 손꼽히는 도담삼봉은 일찍이

조선 개국공신이었던 정도전의 유년시절을 함께해 준 훌륭한 벗이자

퇴계 이황 선생의 시심(詩心)을 흔들어 놓은 명승지이기도 하다.

원래 강원도 정선군의 삼봉산이 홍수 때 떠내려와 지금의 도담삼봉이

되었다고 전해지는데 여기에는 또 하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당시 정선군에서는 단양까지 흘러들어온 삼봉에 대한 세금을

부당하게 요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어린 소년이었던 정도전이 기지를 발휘해

"우리가 삼봉을 정선에서 떠내려 오라 한 것도 아니요, 오히려

물길을 막아 피해를 보고 있어 아무 소용이 없는 봉우리에

세금을 낼 이유가 없으니 도로 가져가시오.”라고 주장하여

세금을 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훗날 정도전은 호를 삼봉이라고

지을 정도로 도담삼봉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세 개의 커다란 봉우리가 단양까지 흘러들어온 깊은 사연을 알 수 없지만

팔도강산에 더욱 아름다운 풍광을 더하고자 했던

하늘의 뜻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도담삼봉에서는 풍광을 감상하는 즐거움 말고도 또 하나 신바람

나는 볼거리가 있는데 바로 노래반주에 맞춰 춤을 추는 음악분수대이다.

누구라도 원하는 곡을 선택해서 멋지게 노래를 부르면

거기에 맞춰 물줄기가 이리저리 춤을 춘다.

때로는 어느 시인의 주옥같은 시 구절이 되어주고,

때로는 팔도를 유람하는 묵객들의 그림이 되어 주기도하며,

마음의 여유를 잃은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운 쉼표로 남는 도담삼봉.

그 황홀한 풍광 속에 거침없이 뛰어들고 싶다.

도담삼봉을 만난 퇴계 이황은 시 한수에 그 아름다움을 적어 노래했다.


[석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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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삼봉의 전망대를 지나면 수십 척에 달하는

돌이 무지개처럼 있는데 그것이 바로 석문

단양팔경 중 제2경에 속하는 석문은 도담삼봉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도담삼봉에서 상류 쪽으로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전망대로 이어지는 계단에 접어드는데 이 길을 따라

300m 쯤 숨가쁘게 오르면 무지개를 닮은 석문이 너른 품을 활짝 열고

손님을 맞이한다. 자연의 솜씨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조형미가 돋보이는 석문은 울창한 수풀로 한껏 치장하고 멋들어진

풍경 속으로 녹아들어 있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 또 다른 풍경이 자리한다.

둥그렇게 열린 석문안에 남한강의 시원한 풍경이 가득 차 있는 것이다.

탁 트인 남한강의 풍경도 매력 있지만 이렇게 특별한 공간에서 바라보는

모습도 왠지 신비스러우면서도 색다르다. 남한강의 물길을 따라 보트를 타며

바라보는 석문의 풍경도 역시 일품이다.


마고할미의 전설이 서려 있는 암석이나 자라몽양을 닮은 자라바위 등

곳곳에 보물처럼 숨겨진 풍광들을 찾압는 재미도 있다.


[구담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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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아지른 듯한 장엄한 기암절벽 위에 바위가

흡사 거북을 닮았다 하여 구담봉

단양팔경의 세 번째 풍광을 만나기 위해서 충주호의 물길에 오른다.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을 타고 청풍나루까지 가는 길. 거대한 바위절벽이

시야를 가득 채우더니 이내 뱃머리를 비끼어 천천히 지나간다.

단양팔경의 제3경 구담봉이다. 마치 커다란 거북이 한마리가

절벽을 기어오르고 있는 듯 한 형상으로 물 속의 바윙 거북무늬가 있다고 하여

구담(龜潭)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이 아담한 봉우리는 욕심도 많아 가깝게는 제비봉과 금수산을 끼고,

멀게는 월악산을 바라보고 있어 충주호 수상관광 코스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구담봉의 풍광을 두고 중국의 소상팔경이

입을 다물 수 없다며 극찬한 퇴계 이황 선생의 감상은 지나친 것이

아니었나 보다. 조선 인종 때 이지번이 이곳에 머무르며

칡넝쿨을 구담의 양안에 매고 비학(飛鶴)을 만들어 탔는데

사람들이 이를 보고 신선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누구라도 구담봉의 신비로운 풍경 안에서는 전설이 되는 것 같다.


[옥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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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고 푸른 바위들이 힘차게 치솟아 저개 있는

선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옥순봉

장회나루에서 청풍나루까지 가는 물길에서 구다봉의 꿈결같은

풍경을 뒤로하고 계속 유람선을 달리면서 눈 앞에 빨간 교각이

매력적인 옥순대교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는 단양팔경의 제4경인 옥순봉에 거의 다 이르렀다는 뜻이다.

희고 푸른 빛을 띤 바위들이 힘차게 솟아 마치 대나무싹과 같이 보인다는데서

유래한 옥순봉은 원래 청풍에 속해있는 경승지였다.


조선 명종 때 관기였던 두향은 그 절경에 반해 당시 단양 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 선생에게 옥순봉을 단양에 속하게 해달라는 청을 넣었다고 하다.

하지만, 청풍부사의 거절로 일이 성사되지 않자 이황 선생은

석벽에 단구동문(丹丘洞門) 이라는 글을 새겨 단양의 관문으로 정했다는

사연이 전해진다. 훗날 청풍 부사가 그 글씨를 보고 감탄하여 단양군에

옥순봉을 내주었다는 뒷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풍광에 과연 주인이 있겠는가? 보는 이는 그저 오랫동안 잊지 않도록

두 눈과 가슴에 그 모습을 깊게 새길 뿐...

 

[사인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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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운계천을 따라 명명된 운선구곡 중 제7곡! 사인암

푸르고 영롱한 옥빛 여울이 수백 척의 기암절벽을 안고 휘도는 곳.

수려한 절경을 간직한 덕분에 운선구곡(雲仙九曲)이라는 이름을 얻은

그곳에 단양팔경의 제5경에 속하는 사인암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 성종 때 단양군수로 재임한 임재광 선생은 단양 출신인 고려말 대학장

역동 우탁 서생이 사인 벼슬로 재직할 당시 이곳에서 머물렀다 하여

사인암이라는 이름을 지어 붙였다고 한다. 마치 해금강을 연상케 하는

사인암의 풍광은 그 어떤 뛰어난 예술가가 그와 같은 솜씨를

부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시선을 압도한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암벽 위에 선연한 격자무늬, 마치 어깨 위 날개처럼

도드라진 노송의 어우러짐은 정적인 동시에 동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보는 이의 가슴을 한바탕 뒤흔들어 놓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최고의 화원이라 칭송받던 단원 김홍도도 사인암을 그리려 붓을 잡았다가

1년여를 고민했다고 하니 그 복잡미묘한 매력을

평범한 심미안으로 만끽할 수 있을까?

 

[하선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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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선구곡을 이루는 심산유곡의 첫 경승지로 동글고 커다란 바위 하선암

삼선구곡(三仙九曲)이라고 불리는 선암계곡 중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바위들이 있는데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이라고 한다.

그 중 하선암은 단양팔경의 제6경으로 3단으로 이루어진 흰 바위가 넓게

마당을 내어주고 그 위에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덩그러니 앉아 있는 형상이

미륵 같다 하여 부처바위(佛岩)라고 부르기도 한다.


봄에는 새색시의 발그레한 뺨처럼 진달래와 철쭉이 아름답고,

여름에는 아련한 물안개를,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 쌓인 소나무 풍경을 끼고 있는 하선암을 화폭에 담기 위하여

조선시대 많은 화원들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어떤 그림으로도

하선암의 매력을 다 담아낼 수는 없을 듯하다.

계곡을 아늑하게 감싸고 도는 산세의 호젓함,

바위에 걸터앉아 발을 담그면 머리끝까지 퍼지는 청량감과

귀밑머리를 스치는 시원한 바람 등 그림으로 표현될 수 없는

하선암의 매력을 마음의 화폭에 마음껏 담아본다.


[중선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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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효종조의 문신인 곡운 김수중 선생이 명명한 곳! 중선암

삼선구곡의 중심지이자 단양팔경의 제7경에 속하는 중선암은 태고 때부터

바람이 다듬고, 계곡이 씻어낸 하얀 바위들이 옥빛 계류와 선연한 대조를

이루는 경승지이다. 밝은 햇살이 계곡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면 하얀

바위들은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눈이 부시게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눈을 감았다 뜨면 금세라도 사라질 것처럼 신비로운 풍경이다.


그 모습에 반한 옛 선인들은 감흥을 가슴에 새기는 것도 모자라 바위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깊게 새겨놓고 떠나기도 했다. 바위에 새겨진 이름만도

300명이 넘는다고 하니 중선암을 향한 선인들의 열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단양, 영춘, 제천, 청풍 네 개의 군중에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 가장 아름답다는 뜻의

‘사군강산 삼선수석’이라는 글씨가 더욱 돋보인다.

과거의 풍류를 쫓아 바위 위에 이름을 새길 수 있는 시대는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어느 자리에 눈으로 꾹꾹 이름 도장을 찍어본다.

그 이름이 지워지기 전에 다시 오리라 약속하며...

 

[상선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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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정겨운 한국인의 이웃을 연상케 하는

작고 올망졸망한 바위들...상선암

단양팔경의 대미를 장식하는 제8경 상선암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중선암에서 59번 국도를 따라 아기자기한

계곡 풍경에 취해 달리다 보면 어느 틈엔가 길 옆구리를 파고드는

상선암의 풍경. 이렇게도 가까운 곳에 선경(仙境)이 있었다니

놀랍고도 반갑다. 길 옆으로 이어진 아치형 다리를 따라 그 풍경 안으로

들어가면 층층이 몸을 맞대고 있는 바위 아래로 계곡 물이 힘차게

휘돌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바위를 찰싹 찰싹 때리며 흘러가는

계곡의 맑은소리가 온 숲을 가득 채우고, 그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멀리서 산새가 우짖는다. 이렇게 사람이 오가는 길가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지만 한 발짝만 들여놓아도 금세 딴 세상이 되어 버리는 것을….

행복의 파랑새가 멀리 있지 않듯 우리가 꿈에 그리던 무릉도원도

사실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음을 왜 미처 몰랐는지..


상선암의 맑은 계곡물로

가슴에 먼지처럼 뽀얗게 앉은 고민과 걱정들을 말끔히 씻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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